행동적 디자인
행동적 디자인은 전적으로 사용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외형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성 역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행동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이것은 사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주로 강조하는 디자인 견해다. 훌륭한 행동 디자인 원칙에서 다 루는 4가지 원칙은 기능(function), 이해의 용이성(understandability), 사용성 (usability), 물리적인 느낌(physical feel)에 관련한 것이다. 때로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느낌이야말로 제품에 대한 설계의 중요한 원리가 될 수 있다.
행동 디자인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기능을 얻는다는 것은 마치 가장 쉬운 표준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의 요구 사항은 생각하는 것만큼 명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유사한 제품군이 존재한다면 기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는 기존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관찰함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한 제품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 은 요구 사항을 우리는 어떻게 발견해 낼 수 있을까? 그 답이 바로 제품의 획기적인 성공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것이다. 제품을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향상(enhancement)과 혁신(innovation)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향상은 이미 존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좀더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제공해 줌으로써 과거 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 중에서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좀 더 쉽다. 잠재 고객에게 혁신에 대한 견해를 물어봄으로써 혁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질문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에 대해 상상하도록 만든다. 즉, 사람들은 시장에서 분명 실패할 제품인데도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대로 분명 시장에 출시되면 큰 성공을 거둘 제품인데도 그것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제품에 대한 평가가 명백해지 겠지만, 그러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인기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품의 향상은 현재 사용자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밝히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사용자가 어떤 방법으로 이용하는지를 관찰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말하지 못하는 요구’는 어떻게 발견해야 하는가? 확실히 말해서 질문에 의한 것도 아니고, 집중 그룹 인터뷰에 의한 것도 아니며, 조사나 설문지에 의한 것도 아니다. 기능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만약 당신이 제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그 제품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당신은 기초적인 작업 과정을 기억할 수는 있겠지만 각 기능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각각의 기능들이 이해하기 쉽게 당신에게 제공된다면, 더 이상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든지 기억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학습은 한 번, 기억은 영원히.’ 라는 말은 바로 디자이너의 주문이 되어야 한다.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올바른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을바른 개념 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다. 『디자인과 인간심리』에서 나는 어떤 개체에 대한 세 가지 서로 다른 심리적 이미지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첫 번째는 디자이너 모델 (designer’ s model)이라고 하는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다. 다음은 장치가 작동하는 방법과 관련해서 장치를 사용하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인 사용자 모델(user’s model)이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디자이너 모델과 사용자 모델이 일치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그 결과 사용자는 장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로 활용하게 된다. 불행히도 디자이너는 제품에 대한 설명만을 기술할 수 있을 뿐 최종 사용자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제품의 외형, 기능이 작동하는 과정, 제공되는 피드백 그리고 제품에 대한 광고나 사용 설명서와 같은 일련의 문서 자료를 활용하여 제품에 대해 분석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에 대한 사용자 모델을 구성해야 한다(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용 설명서를 읽지 않는다). 나는 제품과 문서 자료를 통해 전달된 이미지를’시스템 이미지(system image)‘라고 한다.
통제 불능과 이해력의 부족이 지속된다면 결국 사람들은 화를 내게 된다. 사용성(usability)은 너무나 복잡한 주제다. 제품은 요구 사항을 수행해야 하고 이해 가능해야 하며 반드시 사용 가능해야 한다. 제품의 사용 행태(usage)는 광고나 각종 상업용 홍보물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흘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제품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대상이된다. 제품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기능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가 주요한 관건이다. 좌절을 맛본 사용자는 행복하지 못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원칙의 결과는 디자인의 행위적 단계에서 발현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은 어려운 목표지만 분명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보편적 디자인’ 철학에 의하면 청각장애우나 시각장애우 또는 몸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 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디자인했을 때 결국 일반인에게도 좋은 디자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명도 존재할 수 없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제품의 물리적인 느낌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물리적인 개쳬는 무게, 질감과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디자인에서 ‘만질 수 있는 것(tangibility)‘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너 무나 많은 고기술(高技術)의 창조물은 실제 물리적인 제어와 실제 제품을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만지거나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물리적인 개쳬를 조작하는 모든 즐거움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으며, 단지 제어감(a sense of control)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물리적 느낌은 아직도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물리적인 몸과 팔, 다리를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창조물이다. 뇌의 상당 부분은 감각 시스템을 통해서 계속해서 외부 환경을 탐지하고 상호작용을 해 나간다. 최고의 제품은 이러한 상호작웅을 모두 사용한다. 소프트웨어가 만든 가상 세계는 아이디어와 개념이 물리적인 실체 없이 표현된 인지적인 세계다. 물리적 개체는 외관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든 그렇지 못한 느낌을 주든 간에 사물을 통해 당신이 경험한 감성의 세계를 만들어준다.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지만, 컴퓨터 화면의 추상화에만 너무 고착되어 결국 감성적 즐거움을 제외시키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컴퓨터 기반의 제품디자이너는 만질 수 있는 세계에 존재하는 매력적인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있다. 나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전자제품과 전문가에게 판매되는 동일한 전자제품을 서로 비교하면서 홍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전문가용 장비가 가격은 오히려 일반인용 장비보다 비싸지만 사용하는 데 더 간편하고 쉽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훌륭한 행동 디자인은 제품이 완성된 단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부터 시작해서 제품 디자인의 모든 절차에서 기본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는 사용 전반에 관련된 모든 평가 작업이 수행되며, 마지막 평가 작업에서는 단지 구현된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오류를 찾아내는 수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반복적 디자인 과정이 바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용자 중심의 디차인이라고 할 수 있다.1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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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디자인 ↩